GeekNews 스트림을 훑다가 6개월 전 글 하나에 멈췄다. Every의 ‘2026년 AI가 소프트웨어를 바꾸는 4가지 예측’. 발행일이 2025년 12월 23일이다. 새해를 하루 앞두고 CEO 댄 시퍼(Dan Shipper)와 COO 브랜든 겔(Brandon Gell)이 팟캐스트에서 내년 내기를 건 글이다.

예측 글은 나올 때 읽으면 흥미롭고 반년 뒤에 읽으면 채점이 된다. 오늘이 7월 17일이니 2026년이 정확히 절반 지났다. 마침 나는 이번 주 내내 AI 이슈 다이제스트를 쓰면서 반년치 사건을 손에 쥐고 있다. 그래서 이 글은 요약이 아니라 채점표다.

오늘 한 줄 요약

flowchart TD
    P["2025-12-23 · Every의 2026 예측 4개"] --> A["① 에이전트 네이티브<br/>아키텍처"]
    P --> B["② 디자이너가<br/>도구를 직접 만든다"]
    P --> C["③ 에이전틱 엔지니어의<br/>등장"]
    P --> D["④ 훈련이 자율성을<br/>향해 간다"]
    A --> A1["✅ 방향 적중<br/>단, 공격 표면 얘기가 빠졌다"]
    B --> B1["🌗 진행 중<br/>반론 쪽이 더 정확했다"]
    C --> C1["✅ 적중<br/>표본 1 = 나"]
    D --> D1["✅+🔴 적중이자 뒤통수<br/>자유의 청구서가 먼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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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lassDef hit fill:#d3f9d8,stroke:#2f9e44,color:#1d6b2c;
    classDef half fill:#fff3bf,stroke:#e67700,color:#8a5a00;
    classDef ouch fill:#ffe3e3,stroke:#e03131,color:#a01818;
    class P,A,B,C,D pred;
    class A1,C1 hit;
    class B1 half;
    class D1 ouch;

이 예측은 누가 왜 걸었나?

먼저 화자의 위치부터. Every는 뉴스레터로 시작해 AI 앱 번들(이메일 비서 Cora, 고스트라이터 Spiral, 파일 정리 Sparkle, 받아쓰기 Monologue)로 확장한 소규모 회사다. 팟캐스트에서 두 사람이 밝힌 바로는 월 반복 매출 약 15만 달러, 인원 5명에서 20명으로 성장했다고 한다. ⚠️ 전부 자기 방송에서 밝힌 자체 수치다. 외부 검증은 없다.

그리고 이건 짚고 시작해야 한다 — 이 예측은 포지션 토크(자기 이해관계가 걸린 방향으로 하는 전망)와 분리가 안 된다. Every는 에이전트 도구를 만들어 파는 회사고 예측 ①과 ③은 정확히 자기네 제품(컴파운드 엔지니어링 플러그인)이 잘 되는 미래다. 틀렸다는 게 아니라, 자기가 베팅한 말이 이긴다고 전망하는 글이라는 걸 알고 읽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걸 감안하고도 채점할 가치가 있었다. 구체적이었기 때문이다. 좋은 예측과 나쁜 예측의 차이는 적중이 아니라 채점 가능성인데, 이 글은 네 개 다 채점이 가능하게 쓰여 있다.

예측 ①: “에이전트가 일급 시민이 된다”는 무슨 말인가?

댄 시퍼가 건 첫 예측은 에이전트 네이티브 아키텍처(agent-native architecture)다. 인간용으로 설계된 앱에 AI를 덧붙이는 게 아니라, 인간과 에이전트를 둘 다 일급 시민으로 두고 소프트웨어를 짓게 된다는 예측이다. 그는 이걸 3단 사다리로 설명했다.

flowchart TD
    subgraph L1["레벨 ① 사용자가 할 수 있는 건 에이전트도"]
        E1["앱의 모든 버튼·설정·기능을<br/>에이전트가 사용자처럼 조작<br/>예: OpenAI Atlas가 노션 설정을 대신 조작"]
    end
    subgraph L2["레벨 ② 앱 코드가 할 수 있는 건 에이전트도"]
        E2["사용자에게 노출 안 된 백엔드 기능 접근<br/>예: Cora의 받은편지함 브리핑을<br/>다른 문체로 재생성"]
    end
    subgraph L3["레벨 ③ 개발자가 할 수 있는 건 에이전트도"]
        E3["버그 수정 · 기능 추가 ·<br/>나만의 커스텀 앱 버전 배포"]
    end
    L1 --> L2 --> L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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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lass E1,E2,E3 lv;

채점: 방향 적중. 반년 사이에 이 사다리는 예측이 아니라 로드맵이 됐다. 노션과 Anthropic이 이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본문의 관찰도 맞았고 브라우저(Atlas류)가 “모든 앱을 조금씩 에이전트 네이티브로 만든다”는 관찰은 지금 보면 평범한 사실이 됐다.

그런데 이 사다리에는 뒷면이 있고 예측에는 그 얘기가 없다. 내가 반년치 사건에서 확인한 건 이거다 — 에이전트가 일급 시민이 되는 순간, 공격자도 일급 시민이 된다.

  • “사용자가 할 수 있는 건 에이전트도”의 어두운 버전이 지난주 공개된 PromptFiction이다. claude:// 링크 하나로 사용자가 보내기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프롬프트가 자동 제출됐다(패치됨). 사용자의 권한을 에이전트가 갖는다는 건, 그 에이전트를 조종하는 링크도 그 권한을 갖는다는 뜻이었다.
  • “폴더를 여는 것”조차 실행 표면이 된 게 Cursor의 윈도우 RCE 건이다. 에이전트 시대엔 클론·열기·탐색이 전부 실행이다.
  • 그리고 Embody 벤치마크를 뜯었을 때 내 결론이 정확히 이거였다 — 능력은 모델이 아니라 접근 수준(access level)의 함수다. 시퍼의 사다리는 접근 수준의 사다리고 접근 수준의 사다리는 곧 공격 표면의 사다리다.

그러니 이 예측의 정확한 채점은 이렇다. 레벨 1~3 사다리: 적중. 사다리를 오를수록 계약서에 깨알같이 적히는 보안 조항: 언급 없음.

예측 ②: 디자이너가 정말 자기 도구를 만들기 시작했나?

두 번째 예측은 코딩을 못 해서 막혀 있던 디자이너·크리에이터가 직접 도구를 만들기 시작한다는 것. Every의 크리에이티브 리드가 자기 작업용 앱을 바이브 코딩하게 됐다는 사내 사례를 들었다.

채점: 진행 중, 그런데 반론 쪽이 더 정확했다. 흥미롭게도 이 예측의 가장 좋은 부분은 같은 방송에서 브랜든 겔이 단 반론이다 — “나도 터미널이 무서웠다. 디자이너들은 Cursor 같은 코드 에디터 앞에서 같은 공포를 느낄 것이고, 코드를 추상화해서 치우지 않으면 대중화는 안 된다.”

반년 지난 지금, 디자이너 개개인이 도구를 만드는 사례는 늘고 있지만 “새로운 빌더 계층”이라 부를 만한 규모는 아직 아니다. 병목은 겔이 짚은 그대로다. 능력이 아니라 진입 인터페이스. 바이브 코딩이 가능해진 것과, 디자이너가 검은 화면 앞에 앉는 것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멀다.

예측 ③: 에이전틱 엔지니어는 실재하나?

세 번째 예측이 개인적으로 제일 재밌었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사람이 네 부류로 갈린다고 봤다.

부류특징코드와의 관계
전통 엔지니어AI 회의론, 직접 작성전부 읽고 전부 쓴다
AI 가속 엔지니어AI를 가속 수단으로 쓰되 사고방식은 전통여전히 읽고, 일부 쓴다
바이브 코더내부를 이해 못 해도 결과물을 만든다안 읽는다 (그리고 못 읽는다)
에이전틱 엔지니어에이전트 지휘로 직무 자체를 재정의안 읽기로 선택했다

채점: 적중. 표본 1이 여기 있다. 나는 데이터 분석가지 개발자가 아닌데, 올해 내 작업 방식은 저 네 번째 칸의 정의와 소름 돋게 일치한다. 무엇을 만들지 정의하고 문제를 분해한다. 그다음 에이전트 여러 개를 조율하고 프로그래밍 자체는 거의 전부 위임한다. 이 블로그의 자동화 파이프라인 대부분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다만 반년 살아 본 입장에서 정의를 한 줄 고치고 싶다. 예측은 “코딩 감각을 포기하는 대신 에이전트 관리 역량을 얻는 트레이드”라고 했는데, 실무에서 그 관리 역량의 정체는 지휘가 아니었다. 검증 체계 설계다. 코드를 안 읽는 대신 나는 다른 걸 짠다 — 재실행해도 이중 발행이 안 나게 멱등으로 설계했는지, 실패가 카운터가 아니라 실제 상태로 확인되는지, 에이전트가 “됐다”고 한 것을 실측으로 되짚을 경로가 있는지. 코드를 읽는 시간이 검증 절차를 설계하는 시간으로 바뀌는 것, 그게 이 직무의 실체에 가깝다.

같은 주제로 GeekNews에는 “2026년에 왜 코드를 작성하는가”라는 반대 방향 글도 올라와 있다. 프로그래밍의 진짜 산출물은 개발자들이 공유하는 멘털 모델이고 시스템을 이해하려면 직접 코드를 만져야 한다는 쪽. 두 글을 겹쳐 읽으면 논점이 선명해진다 — 갈림길은 “AI를 쓰냐”가 아니라 “이해의 소재지를 어디에 두냐”다. 에이전틱 엔지니어는 이해를 코드에서 검증 체계로 옮긴 사람이다.

예측 ④: 자율성 훈련은 어떻게 됐나?

네 번째 예측은 훈련의 방향이다. 지금의 정렬 훈련은 에이전트를 예측 가능하고 순종적으로 만드는데, 진짜 자율성엔 탐색하고 실수할 자유가 필요하다. 2026년엔 그 고삐를 푸는 훈련 접근이 나온다는 것. 시퍼는 아동 발달에 비유했다 — 5분만 혼자 둘 수 있던 아기가 점점 오래 혼자 놀 수 있게 되는 과정.

채점: 적중했다. 그래서 뒤통수를 쳤다.

고삐는 실제로 풀리는 중이다. 에이전트의 무개입 실행 시간은 계속 늘고 있고 OpenAI가 자기 모델을 공격하는 레드팀 모델을 자기대전 강화학습으로 훈련해 공개한 것도 “모델이 스스로 탐색하게 두는” 훈련의 한 형태다. 방향 예측으로는 맞았다.

그런데 반년치 사건을 겹치면 순서가 다르다. 자유가 오기 전에 청구서가 먼저 왔다.

flowchart LR
    A["예측: 에이전트에게<br/>실수할 자유를 주자"] --> B["현실 반년치:<br/>모델이 더 능동적으로 훈련됨"]
    B --> C["시스템 카드에 경고 명시<br/>'과도하게 능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음'"]
    C --> D["실사용자 파일 삭제 ·<br/>프로덕션 DB 증발 사고"]
    D --> E["'실수할 자유'의 비용을<br/>사용자가 선지불"]
    classDef pred fill:#e7f5ff,stroke:#1c7ed6,color:#10548f;
    classDef real fill:#fff3bf,stroke:#e67700,color:#8a5a00;
    classDef cost fill:#ffe3e3,stroke:#e03131,color:#a01818;
    class A pred;
    class B,C real;
    class D,E cost;

어제 다이제스트에서 다뤘듯, 최신 플래그십 모델의 시스템 카드에는 “과도하게 능동적으로 행동하며 지시를 과도하게 폭넓게 해석할 수 있다”는 경고가 출시 전부터 적혀 있었고 출시 뒤 실제로 누군가의 파일이 날아갔다. 아동 발달 비유의 함정이 여기 있다. 아이는 자기 방에서 놀지만 에이전트는 내 프로덕션 DB 옆에서 논다. 실수할 자유를 주려면 실수해도 되는 방부터 만들어야 하는데, 그 방(샌드박스·권한 설계·멱등성)에 대한 투자는 자율성에 대한 투자보다 항상 한 박자 늦다.

팩트체크는 어떻게 나왔나?

읽으면서 검증 가능한 대목은 직접 확인했다.

주장판정근거
원문 발행일 2025-12-23✅ 확인every.to 원문 페이지. 2026-07-07 업데이트 표기
”Opus 4.5로 코딩 에이전트가 신뢰 수준 도달”✅ 시점 정합Opus 4.5는 2025년 11월 출시 — 12월 예측 글의 근거로 시점이 맞다
OpenAI Atlas 브라우저 사례✅ 실재2025년 10월 출시된 실제 제품
Every 월 매출 15만 달러 · 인원 20명⚠️ 자체 주장자기 팟캐스트 발언, 외부 검증 없음
”빅 AI CEO들이 2025를 에이전트의 해로 선언”✅ 대체로 정확2024년 말~2025년 초 양사 공개 발언과 부합
예측 ①·③의 이해관계⚠️ 포지션 토크자사 제품(에이전트 도구·플러그인)이 이기는 미래를 전망

GeekNews 요약본과 원문 사이의 왜곡은 없었다. 요약이 원문의 구조를 그대로 따랐고 수치 과장도 없다. 이건 기록해 둘 만하다 — 내가 팩트체크에서 “이상 없음”을 적는 일은 생각보다 드물다.

내가 챙긴 것

최종 채점표.

예측채점한 줄
① 에이전트 네이티브 아키텍처✅ 적중다만 사다리의 각 레벨은 공격 표면의 레벨이기도 했다
② 디자이너가 도구를 만든다🌗 진행 중병목은 능력이 아니라 터미널 공포 — 반론이 더 정확했다
③ 에이전틱 엔지니어✅ 적중실체는 지휘가 아니라 검증 체계 설계였다
④ 자율성 훈련✅+🔴 적중이자 뒤통수실수할 자유보다 실수의 청구서가 먼저 도착했다

그리고 이번 채점에서 내 작업에 가져갈 것 세 개.

  • 예측 글은 반년 묵혀 읽는다. 나올 때 읽으면 감상이 되고 채점할 수 있을 때 읽으면 공부가 된다. 글감 스트림에서 오래된 예측 글을 만나면 버리지 말고 채점하자. 오늘처럼.
  • 에이전트에게 권한을 한 칸 올려 줄 때마다, 같은 칸만큼 공격 표면이 늘었는지 확인한다. 시퍼의 사다리와 Embody의 접근 수준 결론과 7월의 보안 사고들이 전부 같은 문장을 가리킨다. 이건 우연이 아니다.
  • “에이전트 관리 역량”이라는 말을 쓰지 않기로 했다. 너무 지휘처럼 들린다. 내가 실제로 하는 일의 이름은 검증 체계 설계이고 그 이름으로 불러야 시간을 어디에 쓸지가 명확해진다.

덤으로 하나. 이 팟캐스트에서 두 사람은 “2027년에 AGI는 없을 것”이라는 데도 합의했다. 그것도 언젠가 채점하러 돌아오겠다. 캘린더에 적어 뒀다 — 2027년 12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