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하루에 크게 빠진 날, 국내 기사를 아무리 읽어도 원인이 안 나올 때가 있다. 기사에 나오는 건 대개 결과다. 얼마나 빠졌고, 외국인이 얼마를 팔았고, 어떤 업종이 약했는지.
원인의 상당 부분은 전날 밤 미국에 있다. 한국 시장은 미국이 닫힌 뒤에 열리므로, 아침에 보이는 갭은 이미 밤사이에 결정된 것이다.
그래서 지표를 나라별로 나눠 보는 대신 주제별로 짝지어 놓기로 했다. 한국 지표 하나마다 대응하는 미국 지표를 옆에 붙이는 방식이다.
이 글은 그 지도와, 매일 어떤 순서로 보는지, 그리고 한국 쪽에서만 봐야 하는 것들을 정리한 것이다. 시리즈 세 번째이자 마지막 편이고, 앞의 두 편은 데이터 수집과 반도체 하락 진단이었다.
왜 짝지어 봐야 하나
2026년 7월 28일 아시아 지수를 보면 이유가 바로 나온다.
| 지수 | 1D | 1M |
|---|---|---|
| KOSPI | -10.84% | -28.39% |
| KOSDAQ | -7.72% | -17.09% |
| 대만 가권 | -4.65% | -6.66% |
| 니케이 225 | -3.95% | -10.09% |
| 항셍 | +0.41% | +11.64% |
| 인도 니프티 | -0.01% | +0.20% |
한국이 가장 크게 빠졌다. 그런데 항셍과 인도는 멀쩡하다.
이건 “아시아가 빠졌다”가 아니라 “반도체 비중이 큰 시장이 빠졌다”는 뜻이다. 한국·대만·일본은 반도체 민감국이고 홍콩·인도는 아니다.
그리고 그날 미국 반도체 지수는 한 달 -17%였다. 한국 뉴스만 읽으면 절대 안 나오는 연결이다.
flowchart LR K["한국 지표만 본다"] --> K1["코스피가 빠졌다"] K1 --> K2["외국인이 팔았다"] K2 --> K3["왜 팔았는지는 안 나옴"] B["한국과 미국을 같이 본다"] --> B1["미국 반도체가 먼저 빠졌다"] B1 --> B2["반도체 비중이 큰 시장이 같이 빠졌다"] B2 --> B3["한국이 가장 크게 빠진 건<br/>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 classDef bad fill:#fdeaea,stroke:#c0392b,color:#7b241c classDef ok fill:#eaf7ee,stroke:#2e7d4f,color:#1b4d31 class K,K1,K2,K3 bad class B,B1,B2,B3 ok
여덟 축 지표 지도
한국 자산을 볼 때 미국 지표를 어디에 끼워 넣는지를 여덟 개 주제로 정리했다.
flowchart TB M["한국과 미국을 짝짓는 여덟 축"] --> A1["반도체 심리"] M --> A2["성장주 밸류에이션"] M --> A3["환율"] M --> A4["물가"] M --> A5["경기"] M --> A6["신용"] M --> A7["부동산과 가계"] M --> A8["기업 공시"] A1 --> B1["미국 반도체 지수와 대표주<br/>한국 반도체 대형주"] A2 --> B2["미국 장기금리와 실질금리<br/>코스닥과 성장주"] A3 --> B3["달러지수와 정책 기대<br/>원달러와 외국인 수급"] A4 --> B4["미국 물가지표와 유가<br/>한국 물가와 수입물가"] A5 --> B5["미국 제조업 고용 소비<br/>한국 수출입과 생산"] A6 --> B6["미국 신용 스프레드<br/>한국 회사채와 부동산 금융"] A7 --> B7["미국 주택과 금리<br/>한국 주택과 가계대출"] A8 --> B8["빅테크 실적과 투자계획<br/>국내 전자공시"] classDef head fill:#eef4ff,stroke:#2b5fa8,color:#123a6b classDef axis fill:#fff4e6,stroke:#b8791a,color:#6b4410 classDef pair fill:#eaf7ee,stroke:#2e7d4f,color:#1b4d31 class M head class A1,A2,A3,A4,A5,A6,A7,A8 axis class B1,B2,B3,B4,B5,B6,B7,B8 pair
표로 펼치면 이렇게 된다.
| 축 | 미국에서 볼 것 | 한국에서 볼 것 | 연결되는 논리 |
|---|---|---|---|
| 반도체 심리 | ^SOX, NVDA, AMD, MU, TSM, ASML | 반도체 대형주, 코스피200, 반도체 수출 | 한국 반도체 주가의 외부 원인 확인 |
| 밸류에이션 | 10년물, 실질금리, 나스닥100 | 코스닥, 플랫폼·성장주 | 할인율 상승 시 성장주 압박 |
| 환율 | 달러지수, 10년물, 정책 기대 | 원달러, 외국인 수급 | 원화 약세 시 수급·물가·금리 부담 |
| 물가 | CPI, PCE, 유가 | CPI, PPI, 수입물가 | 물가 재상승 시 통화정책 부담 |
| 경기 | ISM, 고용, 소매판매, GDPNow | GDP, GDI, 수출입, 생산 | 미국 경기와 한국 수출 사이클 |
| 신용 | 하이일드·투자등급 스프레드, 금융여건지수 | 회사채 스프레드, 부동산 금융 | 신용 스트레스 확산 여부 |
| 부동산·가계 | 미국 주택·금리 | 주택가격, 주담대, 가계대출 | 금융안정 판단 |
| 공시 | 빅테크 실적·투자계획 | 전자공시, 대기업 투자 | 실적과 투자 사이클 |
왼쪽에서 원인을 찾고 오른쪽에서 반응을 확인한다. 이게 이 표를 쓰는 방향이다.
매일 보는 열 단계
지도가 있어도 순서가 없으면 매번 헤맨다. 그래서 순서를 고정했다. 미국에서 시작해 한국으로 내려온다.
| 순서 | 볼 것 | 왜 이 자리인가 |
|---|---|---|
| ① | 미국 반도체 지수, AI 대표주, 파운드리·장비 | 한국 반도체 주가의 전날 밤 원인 |
| ② | 나스닥100, S&P500, 변동성지수 | 조정이 반도체 한정인지 전체인지 |
| ③ | 미국 10년물, 2년물, 실질금리 | 밸류에이션과 환율에 동시에 영향 |
| ④ | 달러지수, 원달러, 엔달러 | 아시아 통화 압력 |
| ⑤ | WTI, 브렌트 | 한국 물가·수입물가·정책 부담 |
| ⑥ | 코스피, 코스닥 | 국내 시장의 반응 |
| ⑦ | 국내 반도체 대형주 | 한국 시장의 중심축 |
| ⑧ | 대만·일본 반도체 | 글로벌 체인 동조 여부 |
| ⑨ | 한국 수출입·반도체 수출 | 주가가 실적 사이클과 맞는지 |
| ⑩ | 가계대출, 주택가격 | 통화정책 압력 방향 |
이 순서에 담긴 판단이 두 개 있다.
첫째, 국내 지수(⑥)를 여섯 번째에 둔 게 핵심이다. 보통은 여기서 시작한다. 그런데 국내 지수는 결과다. 먼저 보면 그 숫자를 설명하려고 억지 서사를 만들게 된다. 원인 후보를 다섯 개 확인한 다음에 보면, 같은 숫자가 “①~⑤ 중 무엇으로 설명되는가”라는 질문이 된다.
둘째, ⑨와 ⑩은 매일 값이 바뀌지 않는다. 수출입은 월간이고 주택가격은 주간이다. 그런데 순서에 넣어 둔 이유는, 주가가 실적과 어긋나기 시작하는 지점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주가는 매일 움직이고 실적은 가끔 나오는데, 매일 주가만 보면 둘이 벌어지는 걸 못 본다.
수출입은 한 줄로 보면 안 된다
한국 지표 중에 가장 정보량이 많은데 가장 대충 읽히는 게 수출입이다. 보통 “수출 몇 % 증가” 한 줄로 소비된다.
분해해야 한다. 최소 네 방향이다.
flowchart TB E["수출 증가율 한 줄"] --> D1["시점 보정<br/>조업일수를 뺀 일평균"] E --> D2["가격과 물량 분해<br/>단가 상승인가 물량 증가인가"] E --> D3["품목 분해<br/>반도체인가 다른 품목인가"] E --> D4["국가 분해<br/>어느 수요처가 움직였나"] D1 --> R1["헤드라인과 체력이 다를 수 있음"] D2 --> R2["단가 상승은 이익률에<br/>물량 증가는 경기 회복에 가깝다"] D3 --> R3["반도체 수출은 대형주 실적과 직결"] D4 --> R4["미국 수요인지 중국 수요인지"] classDef head fill:#eef4ff,stroke:#2b5fa8,color:#123a6b classDef d fill:#fff4e6,stroke:#b8791a,color:#6b4410 classDef r fill:#eaf7ee,stroke:#2e7d4f,color:#1b4d31 class E head class D1,D2,D3,D4 d class R1,R2,R3,R4 r
봐야 할 항목을 펼치면 이렇다.
| 지표 | 왜 중요한가 | 어떻게 읽는가 |
|---|---|---|
| 전체 수출 증가율 | 가장 큰 외부 수요 지표 | 헤드라인. 여기서 멈추면 안 됨 |
| 일평균 수출 | 조업일수 왜곡 제거 | 헤드라인보다 실제 체력에 가까움 |
| 반도체 수출 | 대형주 실적과 직결 | 지수 영향이 가장 큰 품목 |
| 대미 수출 | 미국 경기와 연결 | 미국 소비·투자 강도 |
| 대중 수출 | 중국 경기·중간재 수요 | 중국 둔화 시 부담 |
| 수입 증가율 | 내수·원자재·설비투자 | 원유 때문인지 설비 때문인지 구분 필요 |
| 에너지 수입 | 원유·가스·석탄 부담 | 유가 상승 시 무역수지·물가 부담 |
| 무역수지 | 수출입의 최종 결과 | 적자 확대 시 환율·수급 부담 |
| 수출물량 | 가격 효과 제외한 실제 물량 | 물량 증가가 진짜 경기 회복 |
| 수출단가 | 반도체 가격·제품 믹스 | 단가 상승은 이익률에 긍정적 |
| 교역조건 | 수출가격 대비 수입가격 | 개선 시 체감소득에 긍정적 |
굵게 표시한 넷이 헤드라인에 안 나오는 것들이다. 그리고 읽는 사람의 판단을 가장 크게 바꾸는 것들이다.
수출액이 늘었는데 물량이 부진하면
가장 자주 나오는 함정이다. 수출액은 단가 × 물량이므로, 단가가 오르면 물량이 그대로여도 금액은 는다.
| 조합 | 실제 뜻 |
|---|---|
| 수출액 증가 + 물량 증가 | 수요가 늘었다 |
| 수출액 증가 + 물량 정체 | 가격이 올랐다. 수요 확대와는 다른 이야기 |
| 수출액 정체 + 물량 증가 | 가격이 내렸다. 점유는 늘었을 수 있음 |
반도체처럼 가격 변동이 큰 품목에서는 이 구분이 특히 중요하다. 가격 상승분은 이익률에 좋지만 사이클이 꺾이면 같은 속도로 사라진다. 물량 증가는 더 느리게 오고 더 느리게 사라진다.
GDP와 GDI가 벌어지는 이유
이 구조가 국민계정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 지표 | 2026년 2분기 (전년동기 대비) |
|---|---|
| GDP | +3.7% |
| GDI | +15.6% |
GDP는 만든 양이고 GDI는 그걸로 살 수 있는 양이다. 둘이 이만큼 벌어지면 그 차이 자체가 정보다.
차이를 만드는 게 교역조건 — 수출가격 대비 수입가격이다. 수출품 값이 오르고 수입품 값이 안 오르면 같은 양을 만들어 팔아도 손에 쥐는 구매력이 커진다.
flowchart LR P["생산량은 그대로"] --> Q["교역조건 개선"] Q --> R["같은 양을 팔아도<br/>더 많이 살 수 있음"] R --> S["소득지표가 생산지표보다 강함"] W["원인이 안에 있지 않음"] -.-> Q W --> W1["밖이 바뀌면 같이 사라짐"] classDef n fill:#eef4ff,stroke:#2b5fa8,color:#123a6b classDef g fill:#eaf7ee,stroke:#2e7d4f,color:#1b4d31 classDef w fill:#fff4e6,stroke:#b8791a,color:#6b4410 class P,Q,R,S n class W,W1 w
여기서 중요한 건 원인의 위치다. 교역조건 개선은 국내 생산성이 좋아져서가 아니라 사고파는 값의 비율이 유리해져서 생긴다. 밖에서 온 것이므로 밖이 바뀌면 같이 사라진다. 실력으로 착각하면 안 되는 구간이다.
물가 쪽도 같이 놓고 봐야 한다.
| 지표 | 2026년 2분기 (전년동기 대비) |
|---|---|
| PPI (생산자물가) | +8.57% |
| CPI (소비자물가) | +3.16% |
생산자물가가 소비자물가보다 훨씬 높다. 생산 단계의 비용 상승분이 아직 소비자가격에 다 전가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전가가 진행되면 소비자물가가 따라 오를 여지가 있고, 전가가 안 되면 기업 마진이 눌린다. 어느 쪽이든 다음 분기에 확인해야 할 항목이 된다.
조합별로 읽으면
수출·반도체 지수·환율·유가를 조합하면 같은 하락도 다르게 읽힌다.
| 조합 | 읽는 법 |
|---|---|
| 수출 증가 + 반도체 수출 증가 + 미국 반도체 강세 | 실적과 주가가 같은 방향. 상승 근거가 두껍다 |
| 수출 증가 + 미국 반도체 약세 | 실적은 괜찮은데 밸류에이션이 조정 중 |
| 수출 둔화 + 미국 반도체 약세 | 사이클 조정 가능성. 성격이 다르다 |
| 수출 증가 + 유가 급등 | 매출은 좋지만 무역수지·물가에 부담 |
| 수출 둔화 + 원화 약세 | 외국인 수급과 위험 프리미엄 확대 |
두 번째와 세 번째 줄의 차이가 이 표의 핵심이다. 주가는 똑같이 빠지는데 하나는 가격 문제고 하나는 실적 문제다.
가격 문제라면 시간이 해결할 여지가 있고, 실적 문제라면 시간이 더 나쁘게 만든다. 그런데 차트에서는 구분이 안 된다. 수출 데이터를 옆에 놓아야 갈린다.
한국에서만 봐야 하는 것들
미국에는 없거나 비중이 작은데 한국에서는 정책을 직접 움직이는 변수들이 있다.
| 구분 | 지표 | 왜 한국에서 더 중요한가 |
|---|---|---|
| 환율 | 원달러 | 원화 약세가 수입물가·외국인 수급에 동시에 작용 |
| 물가 | CPI, PPI, 수입물가 |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외부 가격이 바로 들어옴 |
| 수출 | 전체·반도체·일평균 | 수출 의존도가 높아 기업 실적과 GDP에 직결 |
| 수입 | 원유·가스·석탄 | 무역수지와 물가를 동시에 흔듦 |
| 무역수지 | 월별 흑자·적자 | 환율과 외국인 수급으로 이어짐 |
| 부동산 | 주택가격, 거래량, 전세가율 | 금융안정 판단의 핵심 변수 |
| 가계대출 | 주담대, 신용대출 | 통화정책에서 물가와 나란히 놓이는 축 |
| 가계신용 | 전체 가계부채 | 구조적 부담 |
| 공시 | 전자공시 | 대형주 이벤트가 지수에 바로 반영 |
| 금융정책 | 대출규제, 신용평가 제도 | 시장 접근성을 직접 바꿈 |
여기서 미국과 가장 크게 다른 게 부동산과 가계대출이다.
미국 통화정책 논의에서 주택은 물가 구성요소로 들어가지만, 한국에서는 금융안정이라는 별도 축으로 들어간다. 물가가 잡혀도 주택가격과 가계대출이 재가속하면 완화가 어려워지는 구조다.
flowchart TB C["통화정책 판단"] --> P1["물가 축"] C --> P2["금융안정 축"] P1 --> Q1["소비자물가"] P1 --> Q2["생산자물가와 전가"] P1 --> Q3["환율과 수입물가"] P1 --> Q4["유가"] P2 --> R1["주택가격과 거래량"] P2 --> R2["가계대출 증가세"] P2 --> R3["전체 가계부채"] N["두 축이 반대 방향을 가리키면<br/>완화가 늦어진다"] -.-> C classDef head fill:#eef4ff,stroke:#2b5fa8,color:#123a6b classDef axis fill:#fff4e6,stroke:#b8791a,color:#6b4410 classDef item fill:#eaf7ee,stroke:#2e7d4f,color:#1b4d31 class C head class P1,P2,N axis class Q1,Q2,Q3,Q4,R1,R2,R3 item
물가만 보고 금리 경로를 예상하다가 자꾸 틀렸던 이유가 이거였다. 축이 하나 더 있었다.
어떤 변수가 어느 방향으로 미나
두 축을 여덟 개 변수로 펼치면 방향이 명확해진다. 각 변수가 긴축 쪽으로 미는 조건을 적어 두면, 뉴스를 읽을 때 그게 어느 칸에 들어가는지가 바로 정해진다.
| 변수 | 긴축 압력으로 작동하는 조건 | 어느 축인가 |
|---|---|---|
| 환율 | 원화 약세가 커져 수입물가 압력이 커질 때 | 물가 |
| 유가 | 유가 상승으로 물가 기대가 올라갈 때 | 물가 |
| 소비자·생산자물가 | 목표보다 높고 생산자물가가 소비자물가로 전가될 때 | 물가 |
| 주택가격 | 가격 상승과 거래 증가가 재가속될 때 | 금융안정 |
| 가계대출 | 주담대·신용대출 증가세가 강할 때 | 금융안정 |
| 가계부채 | 총량 기준 금융안정 리스크가 커질 때 | 금융안정 |
| GDP·GDI | 경기가 버티면 긴축을 감내할 여력이 생김 | 여력 |
| 수출 | 수출이 견조하면 긴축 부담을 견딜 여지가 커짐 | 여력 |
마지막 두 줄이 성격이 다르다. 앞의 여섯은 “긴축해야 하는 이유”고, 뒤의 둘은 “긴축해도 버틸 수 있는가”다. 압력과 여력은 다른 질문이다.
이 구분이 실제로 쓰이는 자리가 있다. 물가가 높은데 경기가 나쁘면 긴축 압력은 있는데 여력이 없다. 이 조합에서 정책은 보통 동결로 간다 — 올릴 이유는 있지만 올릴 수 없는 상태다. 반대로 물가가 높고 경기도 버티면 인상 가능성이 실제로 열린다.
그래서 뉴스를 읽을 때 던지는 질문이 하나 늘었다. “이건 압력인가 여력인가.” 수출 호조 뉴스를 보고 “경기가 좋으니 주식에 좋겠네”로 끝내면 절반만 읽은 것이다. 같은 뉴스가 긴축 여력을 키우는 쪽으로도 작동한다.
수출입을 질문으로 바꾸면
지표 목록을 외우는 것보다 질문 목록을 갖는 게 실전에서 빠르다. 수출입 데이터를 열었을 때 던지는 질문을 여섯 개로 정리했다.
| 질문 | 봐야 할 지표 | 왜 그 지표인가 |
|---|---|---|
| 진짜 수출이 좋아졌나? | 일평균 수출, 수출물량 | 조업일수와 가격 효과를 뺀 값 |
| 반도체가 좋아졌나? | 반도체 수출액, 수출단가 | 대형주 실적과 직결 |
| 미국 수요가 좋은가? | 대미 수출 | 미국 소비·투자와 연결 |
| 중국 수요가 좋은가? | 대중 수출 | 중간재·소재 수요 |
| 수입 부담은 어떤가? | 원유·가스·석탄 수입 | 유가 상승분이 여기로 들어옴 |
| 체감소득은 어떤가? | 교역조건, GDI | 수출가격 대비 수입가격 |
첫 질문이 가장 중요하다. 헤드라인 수출 증가율은 조업일수와 가격에 흔들리기 때문에, 일평균과 물량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좋아졌다”고 말할 근거가 약하다.
그리고 다섯 번째 질문이 자주 빠진다. 수출만 보고 좋다고 하는데, 같은 기간 에너지 수입이 더 크게 늘었으면 무역수지는 나빠진다. 무역수지가 나빠지면 환율에 압력이 가고,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가 오르고, 물가가 오르면 통화정책이 묶인다. 수출 호조 뉴스가 몇 단계를 거쳐 금리 부담으로 돌아오는 경로가 여기 있다.
매일 또는 주간 리포트에 넣을 체크리스트
지금까지의 내용을 한 표로 압축하면 이렇게 된다. 실제로 리포트를 쓸 때 이 표를 그대로 채운다.
| 구분 | 체크 항목 | 이 줄이 답하는 질문 |
|---|---|---|
| 미국 반도체 | 반도체 지수, AI 대표주, 파운드리·장비 | AI 반도체 조정인가 |
| 미국 성장주 | 나스닥100, S&P500 | 조정이 반도체 한정인가 |
| 위험선호 | 변동성지수, 달러지수 | 리스크오프인가 |
| 금리 | 10년물, 2년물, 실질금리 | 밸류에이션 부담인가 |
| 유가 | WTI, 브렌트 | 물가·정책 부담인가 |
| 신용 | 하이일드·투자등급 스프레드, 금융여건 | 시스템 문제인가 |
| 미국 경기 | CPI, PCE, ISM, 고용, 소매판매 | 정책 경로가 바뀌나 |
| 한국 시장 | 코스피, 코스닥 | 국내 반응 크기 |
| 한국 반도체 | 반도체 대형주 | 지수 영향의 중심축 |
| 한국 환율 | 원달러 | 외국인 수급·물가 |
| 한국 수출입 | 전체 수출, 반도체 수출, 무역수지 | 실적 사이클과 맞나 |
| 한국 물가 | CPI, PPI, 수입물가 | 통화정책 압력 |
| 한국 부동산 | 주택가격, 거래량, 가계대출 | 금융안정 압력 |
| 공시 | 전자공시 주요사항 | 기업 이벤트 |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갱신 주기가 길어지고, 아래로 갈수록 되돌리기 어려운 변수다. 주가는 하루면 되돌아오지만 가계부채는 몇 년이 걸린다.
결론 문장을 미리 만들어 두면
체크리스트를 채우고 나면 문장으로 옮겨야 하는데, 여기서 매번 헤맸다. 그래서 조합별 문장 틀을 만들어 뒀다.
| 상황 | 쓸 문장 |
|---|---|
| 미국 반도체 하락 + 수출 견조 + 변동성 안정 | ”한국 반도체 조정은 실적 훼손보다 글로벌 밸류에이션 조정 성격이 강하다.” |
| 미국 반도체 하락 + 반도체 수출 둔화 | ”주가 조정이 실적 사이클 둔화로 연결될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 |
| 유가 상승 + 환율 상승 + 가계대출 증가 | ”물가와 금융안정 양쪽에서 완화보다 긴축 경계가 커질 수 있다.” |
| 변동성 급등 + 달러 급등 + 신용 스프레드 확대 | ”단순 업종 조정이 아니라 글로벌 위험회피로 번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
문장 틀을 미리 만들어 둔 게 생각보다 효과가 컸다. 매번 새로 문장을 지으면 그날의 기분이 섞여 들어간다. 틀이 있으면 “오늘은 어느 줄인가”만 고르면 되고, 어느 줄도 아니면 그것 자체가 정보가 된다 — 아직 이름 붙일 수 없는 조합이라는 뜻이니까.
확인 주기를 나눠야 하는 이유
모든 지표를 매일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월간 지표를 매일 열어 보면 안 바뀐 숫자를 계속 보게 되고, 안 바뀌었다는 사실이 정보처럼 느껴진다.
| 주기 | 미국 | 한국 |
|---|---|---|
| 매일 | 반도체 지수·대표주, 나스닥100, S&P500, 변동성, 10년물, 달러지수, 유가 | 코스피, 코스닥, 반도체 대형주, 원달러, 국고채 금리 |
| 매주 | 신규 실업수당, 원유재고, 주요 연준 발언 | 주간 주택가격, 주간 대출 동향, 외국인 수급 |
| 매월 | CPI, PCE, ISM, 고용, 소매판매 | 수출입 동향, CPI, PPI, 수입물가, 산업활동 |
| 분기 | GDP, 기업 실적, 투자계획 | GDP, GDI, 가계신용, 기업 실적 |
| 이벤트 | FOMC, AI 칩 대표기업 실적, 빅테크 실적 | 금통위, 대출정책 발표, 대형 공시 |
주기를 나눠 두면 뭔가를 안 본 날에도 안 본 이유가 명확하다. 수출입을 오늘 안 본 건 게을러서가 아니라 월간이기 때문이다.
공시에서 볼 것
대형주는 뉴스보다 공시가 먼저다. 특히 지수 편입 비중이 큰 종목의 자본 관련 공시는 지수 전체에 영향을 준다.
| 공시 유형 | 왜 보는가 |
|---|---|
| 실적발표 | 이익 추세 확인 |
| 시설투자 | 증설은 장기 수요·공급 신호 |
| 공급계약 | 매출 가시성 |
| 유상증자 | 희석과 자금조달. 성장투자면 다르게 읽힘 |
| 자사주 소각 | 주주환원, 희석 부담 완화 |
| 주요사항보고서 | 합병·분할·투자·자금조달 |
| 지분공시 | 대주주·기관 수급 변화 |
여기서 오늘 실제로 나온 사례가 하나 있다. 대형 플랫폼 기업이 해외 반도체 기업으로부터 지분 투자를 받으면서 동시에 자사주 소각을 발표했다.
이 조합을 읽는 법은 오늘 다이제스트와 겹치는데, 짧게 적으면 이렇다. 신주 발행은 지분 희석이고, 자사주 소각은 그 반대 방향이다. 둘이 같은 날 나오면 어느 쪽 뉴스만 읽어도 결론이 반대로 나온다. 순증감을 직접 계산해야 한다.
그리고 방어책을 같이 붙였다는 사실 자체가 정보다 — 발행하는 쪽도 희석이 문제가 될 걸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공식 데이터 소스
마지막으로 실제로 데이터를 가져오는 곳을 정리해 둔다. 앞 편에서 미국 쪽은 FRED로 해결했고, 한국 쪽은 기관이 나뉘어 있다.
| 데이터 | 출처 | 무엇을 얻나 |
|---|---|---|
| GDP, 물가, 금리, 수출입물가 | 한국은행 ECOS | 국민계정, 교역조건, 수출단가·수입물가 |
| 상장사 공시·재무 | OpenDART | 실적, 주요사항보고서, 지분공시 |
| 수출입 통계 | TRASS | 관세청 기반 월별 수출입, 무역수지 |
| 국가·품목별 무역 | 한국무역협회 K-Stat | 반도체·자동차 등 품목별, 국가별 |
| 주택가격·실거래 | 한국부동산원 R-ONE | 주택가격지수, 실거래가격지수 |
| 월별 수출입 해석 | 산업통상자원부 보도자료 | 월초 수출입 동향 |
ECOS와 OpenDART는 인증키가 필요하고, 나머지는 웹 조회가 가능하다. 이 연결이 아직 자동화 안 된 부분이라 다음 작업 목록에 올려 뒀다.
미국 쪽과 비교하면 차이가 뚜렷하다. FRED는 한 기관이 시리즈 ID 하나로 다 내주는데, 한국은 국민계정은 한국은행, 공시는 금융감독원, 수출입은 관세청·무역협회, 주택은 부동산원으로 기관마다 흩어져 있다. 그래서 미국 지표는 스크립트 하나로 끝나고 한국 지표는 소스별로 따로 붙여야 한다.
이게 자동화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이 됐다. 하나로 묶여 있는 쪽을 먼저 자동화하고, 흩어져 있는 쪽은 수동으로 두되 주기를 정해 둔다. 수출입은 어차피 월간이라 매일 자동화할 이유가 없다.
시리즈를 마치며
세 편을 관통하는 구조가 하나 있었다.
| 편 | 다룬 것 | 남은 질문 |
|---|---|---|
| 1편 수집 | 데이터를 가져오는 파이프라인 | 가져온 게 내가 생각한 그건가 |
| 2편 진단 | 원인 범위를 좁히는 5단계 | 어디까지 번졌나 |
| 3편 연결 | 한국과 미국을 짝짓는 지도 | 원인이 안에 있나 밖에 있나 |
세 편 모두 같은 실수를 막으려는 것이었다. 숫자 하나를 보고 결론으로 바로 가는 것.
1편에서는 그 숫자가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를 수 있다는 걸 봤고, 2편에서는 하나로는 원인이 안 나온다는 걸 봤고, 3편에서는 원인이 아예 다른 나라에 있을 수 있다는 걸 봤다.
가장 크게 남은 문장은 이거다.
국내 지수를 여섯 번째에 놓기로 한 것.
원래는 거기서 시작했다. 지금은 다섯 개를 먼저 보고 간다. 순서 하나 바꿨을 뿐인데, 같은 숫자가 설명해야 할 대상에서 설명된 결과로 바뀌었다. 데이터를 더 모아서가 아니라 보는 순서를 바꿔서 생긴 변화다.
이 글은 시장 데이터를 읽는 방법론과 데이터 소스 정리다. 특정 종목·상품에 대한 투자 권유나 자문이 아니며, 인용된 수치는 특정 시점의 값으로 이후 변동한다.
시리즈
- 값이 안 나오는 것보다 다른 값이 나오는 게 무섭다 — yfinance·FRED 시장 데이터 수집 파이프라인
- 반도체가 빠졌다는 건 관찰이고, 왜 빠졌나는 조합에서만 나온다
- 한국 지표만 보면 원인을 놓친다 (이 글)
데이터 소스
- 한국은행 ECOS · OpenDART · TRASS · 한국무역협회 K-Stat · 한국부동산원 R-ONE
- FRED · Atlanta Fed GDPNow · BLS C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