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스트라이프(결제 회사) 이코노믹스라는 데서 낸 1인 창업자 이야기를 읽었다. 읽는 내내 남 얘기 같지가 않아서, 오늘은 뉴스 정리 말고 이걸 넋두리처럼 적어 두려 한다.

숫자가 좀 놀라웠다

핵심만 옮기면 이렇다. 미국에서 직원 없이 혼자 사업하는 사람(1인 창업자)이 직원을 두는 회사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고 한다. 2023년에 이미 약 400만 명이 1인 사업으로 연 10만 달러 넘는 매출을 주 소득으로 벌었고, 이건 2010년대 초 200만 명대에서 두 배로 뛴 거다.

더 놀란 건 위쪽이었다. 스트라이프가 만든 지표 기준으로, 매출 100만 달러를 넘긴 1인 창업자가 2025년에 2023년의 두 배 이상, 500만·1000만 달러를 넘긴 사람은 각각 세 배 가까이로 늘었단다. 숫자만 늘어난 게 아니라 그 비중도 두 배가 됐다는데, 이건 “운 좋은 몇 명”이 아니라 판 자체가 커졌다는 뜻이다.

처음엔 “이거 그냥 서류상 유령회사 아니야?” 싶었는데, 글쓴이들도 그 의심을 먼저 걸고 넘어진다. 정부 통계, 스트라이프 결제 데이터, 호주·핀란드·프랑스 같은 다른 나라 등록 기록까지 여러 출처가 따로따로 같은 방향을 가리키니 사기로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이건 스트라이프 자체 지표라 과장이 섞일 수 있다는 걸 저자들도 인정한다. 나도 그 정도로만 받아들였다.)

왜 지금인가 — AI가 ‘팀의 빈칸’을 메운다

내가 밑줄 그은 대목은 여기였다. 예전에 사업을 여럿이 모여 한 이유는, 한 사람이 필요한 걸 다 못 했기 때문이라는 문장.

생각해 보면 맞다. 사업 하나를 굴리려면 이런 게 다 필요하다.

flowchart LR
    IDEA["아이디어 하나"] --> M["시장 크기 가늠"]
    IDEA --> C["앱·코드 만들기"]
    IDEA --> P["가격 정하기"]
    IDEA --> K["마케팅 글·캠페인"]
    IDEA --> D["거래 성사"]
    M --> TEAM["예전엔: 각각 사람이 필요<br/>→ 팀을 꾸려야 했다"]
    C --> TEAM
    P --> TEAM
    K --> TEAM
    D --> TEAM
    TEAM --> NOW["지금은: 이 빈칸들을<br/>AI가 상당 부분 메운다<br/>→ 혼자 해볼 만해졌다"]
    classDef a fill:#fff3bf,stroke:#e67700,color:#8a5a00;
    classDef b fill:#d3f9d8,stroke:#2f9e44,color:#1d6b2c;
    class TEAM a;
    class NOW b;

시장 조사, 코딩, 가격 책정, 마케팅, 영업 — 이 빈칸마다 예전엔 사람을 붙여야 했는데, 지금은 AI(와 AI를 얹은 도구들)가 그 자리를 상당히 메운다. 그래서 “동기만 충분하면 혼자 나설 수 있게” 됐다는 거다. 샘 올트먼이 이걸 “아이디어 가진 사람들의 역습”이라고 표현했다는데, 좀 유치하지만 뭔 말인지는 알겠다.

실제로 스트라이프 가입에서 AI가 관여한 흐름이 1년 전보다 네 배로 늘었다고 한다. AI가 직접 결제 연동을 짜 준 경우도 있고, 챗지피티가 “결제는 스트라이프 써”라고 추천해서 들어온 경우도 있고.

나도 사실 그런 사람 아닌가

읽다 보니 뜨끔했다. 나는 회사에 다니지만, 퇴근하고 하는 일들 — 블로그 굴리고, 크롤링·자동화 만들고, 검색 최적화하고, 도식 그리고, 글 쓰고 — 이걸 혼자서 한다. 원래대로면 개발자 한 명, 디자이너 한 명, 마케터 한 명이 나눠 할 일을, AI를 옆에 끼고 혼자 우겨넣고 있는 셈이다.

몇 년 전이었으면 엄두도 못 냈을 거다. 나는 데이터도 보고 마케팅도 하고 개발도 하는 “이것저것 하는 사람”인데, 예전엔 그게 “한 우물을 못 팠다”는 콤플렉스였다. 그런데 요즘은 그 잡다함이 오히려 1인 체제에 맞는 조합이 돼 버렸다. 세상이 바뀌니 약점이 강점처럼 보이는, 좀 얼떨떨한 기분이다.

그런데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었다

글 밑 댓글에 날카로운 지적이 하나 있었다. 요지는 이렇다. 혼자 버는 돈이 느는 것과, 혼자 하는 사업이 “세상에 잘 보이는 것”은 다른 곡선이라는 거다.

무슨 말이냐면 — 팀이 있으면 그 부산물로 흔적이 남는다. 직원 프로필, 홍보 담당, 누군가 공들여 짜 놓은 웹사이트 같은 것들. 그런데 혼자 결제 링크 하나로 조용히 돈을 버는 사람은 그런 흔적(legibility)이 거의 없다. 나쁜 게 아니라, 애초에 흔적을 남길 팀이 없었을 뿐이다.

예전엔 이게 큰 문제가 아니었다. 사람이 사람을 찾을 땐 빈칸을 맥락으로 메우니까. 그런데 찾는 일(거래처 검색, 공급사 평가, 사람 물색)마저 점점 AI 에이전트가 대신하게 되면, 구조화된 데이터에 흔적이 없는 1인 사업자는 검색에서 통째로 안 보일 수 있다. 돈은 버는데 존재가 안 잡히는, 묘한 사각지대다.

이 대목이 오래 남았다. 나도 블로그에 흔적을 부지런히 남기는 이유가 사실 여기 있다. 혼자 하니까 “내가 여기 있다”를 기계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자꾸 적어 둬야 한다는 것. 오늘 이 글도 어찌 보면 그 흔적 하나다.

오늘의 한 줄

혼자여도 되는 시대라는 게, “혼자 다 잘한다”는 뜻은 아닌 것 같다. AI가 팀의 빈칸을 메워 주는 대신, 나는 내 존재를 세상에 읽히게 만드는 몫을 챙겨야 한다. 도구가 좋아진 만큼, 흔적을 남기는 부지런함이 더 중요해진 셈이다. 오늘은 그 생각을 하며 노트북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