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내 커리어를 한 줄로 설명하지 못하는 게 콤플렉스였다.

시작은 마케팅이었다. 정확히는 SEO. 어떻게 하면 글이 검색 상위에 뜨는지, 어떤 키워드가 사람을 데려오는지를 들여다보는 일이었다. 그때는 “노출”과 “유입”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다. 트래픽 그래프가 올라가면 기분이 좋았고 내려가면 잠을 설쳤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의심이 들었다. 이게 진짜 효과가 있는 건가? 올라간 트래픽이 정말 의미 있는 숫자인가? 그 질문이 나를 데이터 쪽으로 끌고 갔다. 마케팅으로 만든 숫자를 이번엔 분석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게임이나 이커머스의 지표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언제 들어와서 언제 떠나는지, 얼마를 쓰는지, 무엇에 반응하는지. 숫자가 말을 걸어오는 경험을 그때 처음 했다.

재밌었던 건, 분석만 하다 보니 다시 마케팅이 하고 싶어졌다는 거다. 데이터를 보면 “그래서 뭘 바꿔야 하는데”가 보이는데, 그걸 내 손으로 굴리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마케팅으로 돌아갔다. 다만 이번엔 감으로 하는 마케팅이 아니라 데이터로 자동으로 돌아가는 쪽이었다. 흔히 프로그래머틱이라 부르는, 숫자가 알아서 의사결정을 돕는 방식.

그러다 보니 결국 도구를 직접 만들게 됐다. 남이 만든 대시보드를 기다리느니 내가 짜는 게 빨랐고, 반복되는 일은 코드로 넘기는 게 편했다. 그렇게 조금씩 소프트웨어 개발과 IT 전반으로 발을 넓혔다. 지금은 거의 다방면이다. 데이터도 보고, 마케팅도 하고, 직접 개발도 한다. 그리고 요즘은 그 모든 걸 자동화하는 쪽으로 또 한 칸 넘어가는 중이다. 사람이 매번 하던 걸 시스템이 알아서 하게 만드는 일.

예전엔 이 경로가 부끄러웠다. 한 우물을 깊게 못 판 사람 같았으니까. 마케터라기엔 개발을 하고, 개발자라기엔 마케팅을 알고, 그렇다고 분석가라기엔 또 다른 걸 했다. 어디에도 딱 들어맞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요즘 돌아보면 그게 다 한 줄로 이어져 있다. 마케팅에서 사람이 무엇에 반응하는가를 배웠고, 데이터에서 그걸 어떻게 측정하는가를 배웠다. 그리고 개발에서 그걸 어떻게 자동으로 굴리는가를 배운 거였다. 따로 노는 세 개가 아니라 같은 질문을 다른 도구로 답한 것뿐이었다.

이제는 제너럴리스트라는 말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경계에 서 있는 게 약점인 줄 알았는데, 경계에 서 있어서 보이는 것들이 있더라. 한 우물을 못 판 게 아니라 여러 우물을 잇는 길을 판 거였다. 다음 칸이 자동화인 것도 그래서 자연스럽다. 결국 또 같은 질문일 테니까. 어떻게 하면 사람이 덜 고생하고 더 나은 결정을 하게 만들까.